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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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학산면

박꽃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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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시계가 없을 때 박꽃을 보고 밥을 앉혔어. 여름 해가 길면 밥 할 시간을 알기 어려워. 그랄 때 박꽃을 보고 활짝 피면 그 때 밥을 했어. 박꽃은 해질녘 대여섯 시에 피어나 밤새 어둠 속에 하야니 피어있어. 그란께 박꽃을 보고 밥을 앉히면 해질녁 일 끝나고 밥을 먹기에 아주 딱 좋아.
 그래서 우리가 하는 소리가 있어. 박꽃은 아주 착한 여인 꽃이라 해. 밥시간 때 나타나서 밥 할라고 나왔다고. 밤새 남편에게 고운 살결 내밀라고 박꽃이 이쁜 각시여. 여인의 곱상한 살결을 박속같이 매꼬롬하다 하듯이. 겉도 매끄럽고 속은 더 하야니 보들보들 하니 좋당께.
 여인 속살처럼 부드러운 박속은 긁어서 반찬하고, 박껍데기는 가볍고 맨든맨들한께 바가지로 만들어서 썼어라.
 내가 잘은 모르것는디, 옛날 어떤 여인이 남편을 기다리다 죽어서 박꽃으로 되었다 해. 그랑께 저녁이면 서방 들어올까마니 밥할라고 피고, 저녁내 서방한테 이쁨 받을라고 훤하게 피어있제. 아침이면 서방 가분께 꽃도 져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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