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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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군서면

장구계 화전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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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젊었을 때 마을에 장구계가 있었어. 회원이 사십여 명 되었어. 장구계 유사를 맡으면 유사가 콩노물 몇 시루 찌고, 쌀 부주해서 밥을 하제. 또 돼지고기 양씬 삶아서 뽀빠이 봉지에 나눠서 담아가게 하제. 계원들 수대로 줄래줄래 먹을 것 담아서 월출산 도갑사로 화전놀이 간 것이제. 장구 어깨에 메고, 곱디고운 한복 자태 뽐내며 모정에서 도갑사까지 걸어서 갔어. 거리가 이십 리나 되는 솔찮이 먼 길인디, 이날 만큼은 멀다는 생각이 안 들어. 삐뚤삐뚤 꾸불꾸불 지 멋대로 생긴 논두렁 밭두렁 지나 들길 따라서 너나없이 노래하고 춤 춤시로 가제. 여럽도 안했어. 누가 보든지 말든지 아무 신경 안썼제.
 그날은 논일이고 밭일이고 다 제쳐놓고, 하루 종일 노는 날이제. 우리 동네 남자들이 그 날 만큼은 우리 여자들에게 맘껏 놀게 했어. 이제 곧 농사철 닥치면 쉴 새도 없이 일할 것인께 그 전에, 일 년 동안 쌔빠지게 일하다가 지치기 전에, 하루 실컷 놀라고 마음으로 배려해준 것이지.
 진달래꽃 피고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보리밭 새순도 초록으로 눈부시니, 참말로 그날은 모정 아낙네 꽃피는 춘삼월 봄 소풍이었어. 참지름 꼬스름허니 땀뿍 볼라갔고 진달래 화전도 부치고, 술밥 쪄서 만든 막걸리도 한잔 걸쳐부렀제. 오야! 동서, 네! 성님 함시로 동서간에 회포도 풀고 오메! 아짐, 워따메! 조아 함시로 이웃간에 우애도 다지고 했제. 아낙네들 정다운 웃음소리에 도갑사 홍계골 다람쥐도 흥겹게 지나 다녔다네.
 우리 동네 장구 하면 한골목 연포성님이었제. 장구만 멨다하면 신들린 사람처럼 기차게 쳐부렀제. 고개춤 어깨춤 춤시로 폴짝폴짝 뛰면서 장구채 잡은 손이 안 보일 정도로 막 장구를 두들겨 패부렀은께. 옆에서 보고 듣고 있으면 저절로 흥이 났제.
연포성님 장구가락에 모정 아낙들 노래하고 춤추고 시간가는 줄 몰랐어. 내려오던 길에 도갑 저수지 언저리에서 몇 아짐들이 내기를 하기도 했어. 먼 길 걸어서 오자니 소피가 매럽지 않았겠어. 누가 누가 소피가 멀리까지 내려 가냐 하는 내기였제. 누구 오줌발이 더 세냐 이것이제. 아짐들이 앙거서 쉬 하면서 낄낄대며 장난을 치며 애기들 같이 놀았다는 것이제. 그렇게 장구계 화전놀이 한판 하고 오면 일년 농사일도 더 심차게 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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